213위는 숫자일 뿐…“다 이겨줄게!” 샛별의 도발



인터뷰에 앞서 그의 포핸드 스트로크 위력을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빵. 그가 오른손으로 친 공이 네트를 넘어 순식간에 몸쪽으로 다가왔다. 코트에서 한번 튄 뒤 낮게 그리고 빠르게 깔려 오는 공을 맞받아치려는 순간, 예상 밖으로 공에 가속도가 붙어 도저히 스트로크 타이밍을 맞출 수 없었다. 몇번 다시 시도해봤으나 풀스윙 리턴 샷은 엄두도 못 냈고, 라켓을 공에 맞추는 데 급급해야만 했다. “가장 자신있는 게 포핸드입니다. 템포와 각이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주특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코트에서 최근 한국 남자 테니스의 새로운 기대주로 급부상한 국가대표 권순우(20·건국대2)를 만났다. 지난 2월3~5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7 국제테니스연맹(ITF)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예선 1회전 때, 국가대표로 데뷔한 그의 플레이를 처음 본 뒤 두번째 만남이었다.

인터뷰를 옆에서 지켜보던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지난 2월 데이비스컵의 가장 큰 수혜자는 권순우다. 정현, 이덕희 등 국내 남자 선수들 가운데 권순우의 컨디션이 현재 가장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정현, 이덕희, 임용규 등에게 밀려 당시 벤치에서 박수만 치던, 당시 세계 308위 권순우는 에이스 정현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대회 마지막날 첫 단식에 나서는 행운을 얻었다. 뜻밖의 출전에 긴장감이 엿보였지만, 그는 2017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를 누른 세계 80위 데니스 이스토민(31)를 맞아 1, 2세트 때는 오히려 상대를 압도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1세트 6-3으로 이기고 2세트도 5-2로 앞서고 있었는데, 코트 체인지를 하면서 ‘내가 설마 이기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패인인 것 같아요.” 이스토민을 초반부터 압도하다 1-3(6:3/6:7<5>/2:6/6:7<12>)으로 역전패를 당한 상황에 대해 권순우는 이렇게 설명한다. “중요한 포인트에서 과감하지 못했어요. 평소 치는 대로 치지 못했죠.”
권순우는 이후 자신감 충만한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 5일 끝난 요코하마 게이오 챌린저 대회에서는 승승장구하다가 결승에서 세계 134위인 스기타 유이치(일본)한테 1-2(4:6/6:2/6:7<2>)로 져 준우승에 만족했다. 챌린저 대회 생애 첫 우승을 노렸으나 무산됐다. 3세트 5-2까지 앞서며 매치포인트 상황까지 맞았는데 타이브레이크 끝에 진 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는데, 상대가 너무 깊숙이 잘 쳤다”고 돌아봤다.

권순우는 “이제 누구와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정)현이 형과 그동안 한번도 대회에서 만난 적이 없는데, 붙어도 자신감이 있다”고 ‘도발’했다. 사실 최근 3년 사이 정현(21·한국체대)을 필두로, 이덕희(19), 정윤성(19·건국대1), 홍성찬(20·명지대2) 등 주니어 기대주 3인방인 주목을 끌었고, 권순우는 그들의 그늘에 다소 가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권순우는 “테니스에서 마인드 컨트롤과 체력이 가장 중요한데, 체력만큼은 자신있다”고 했다.

권순우는 서울 마포중 3학년 때인 2012년 정현, 이덕희, 정윤성, 홍성찬 등이 모두 출전한 가운데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헤드컵 주니어 대회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될성부른 떡잎’임을 입증했다. 결승전에서는 신건주를 6-0, 6-0으로 단 한 세트도 주지 않고 완파해 시상식을 느긋하게 준비하던 대회 관계자를 당혹스럽게 한 일로도 회자되고 있다. 마포고 2학년 때인 2014년에도 이 대회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1월 일본, 7월 김천, 11월 타이 등 3개 퓨처스 대회 남자단식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였고, 이런 활약 덕에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어릴 적 축구선수를 꿈꿀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발이 빠르고 무엇보다 공을 빠르게 치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센스가 있고 발리도 잘한다. 못하는 게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다만 저 체구(1m80, 70㎏)에 너무 공을 세게 치려 한다.” 주니어 때 각종 국내 대회에서 그를 지켜본 전영식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처장의 말이다. 탁정모 코치도 “나이에 맞지 않게 경기 흐름을 잘 읽는다”며 “투어 경험 부족과 백핸드 샷이 짧은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공격적 스타일인 권순우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앤디 머리”가 자신의 롤모델이라면서도, “로저 페더러나 니시코리 게이”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올해 챌린저 대회 3회 우승과 세계 100위 안 진입”이다. 4월7일 뉴질랜드와 데이비스컵 원정경기에 나설 예정인데 정현, 임용규가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못해 이덕희와 함께 주전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정현(92위), 이덕희(135위)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로는 랭킹 서열 세번째인 권순우(213위)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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